황후花 (滿城盡帶黃金甲: Curse Of The Golden Flower, 2006) ★★★★ :: 2007/08/08 01:20


최근의 장이모우 감독의 행보를 보면 영웅 -> 연인 -> 황후화 로 이어지는 하나의 흐름이 보인다. 이 큰 흐름은 우선 해외 시장을 '구태여' 노리고 제작한다는 점과 헐리웃에 뒤지지 않는 아니 헐리웃에 대항하기 위해서 전략적으로 구상된 영화라는 점이다. 이런 흐름은 꼭 장이모우 감독에게만 국한되지는 않는 것 같다. 오우삼 감독의 차기작으로 결정된 - 너무나 기대되고 있는 - <적벽대전>, 혹은 최근 일본에서 제작된 <일본 침몰>, <리미트 오브 러브 우미자루>,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괴물>등의 예를 보면 아시아에서의 헐리웃에 대항하기 위한 대작 열풍은 하나의 트렌드인 것으로도  보인다.

이런 와중에서 장이모우 감독의 황후화는 중국식 블록버스터가 어떤 모습을 가져야 할 지를 가장 잘 보여준 영화가 아닐가 싶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 화려해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자금성의 내부 디자인들과 화려한 궁중 의복들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는 중국의 문화를 해외에 자랑하였고, 시녀들의 기상 장면과 후반의 전투씬에서 보여주는 중국식(?) 물량은 이른바 '뗏놈'이라고 비하해서 부르는 중국의 거대한 국가 이미지에 너무나도 걸맞는 모습이었다. 즉, 블록버스터가 갖추어야할 눈요기거리를 가장 중국적인 형태로 제공해주었다고 본다.

이런 볼 거리 외에도 장이모우 감독답게 영화 내적으로도 볼거리를 풍부하게 제공해주었다. 너무나 화려한 황궁의 삶이지만 그 안에서는 너무나도 아이러니 아니 추악하게 얽힌 인간 관계가 화려한 겉모습과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이런 아이러니는 등장인물들이 각자가 자신의 처지에서 선택한 최선의 행동으로 인해 결국은 모두가 파멸로 이끌어 진다는 점에서 더욱 부각된다.

이 들의 아이러니한 인생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너무나 시렸다. 모두가 각자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한다고 해서 결코 그것이 해답이 되지 못하는 것. 이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인생의 단면이라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겉보기에 너무나 화려한 - 우리가 그토록 꿈꾸며 갈망하는 권세와 권력 - 황궁 안에서도 이런 인생의 아이러니에서는 벗어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아무리 많은 돈과 권세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 들 한명, 한명은 한낱 필부(匹夫)와 필부(匹婦)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여기서 또 하나의 아이러니가 창출된다.

장이모우 감독이 영화내내 이토록 오바를 해가면서 보여주는 지고(至高)의 화려함과 후반의 개떼같은 물량도 결국은 이러한 아이러니를 증폭시키기 위함이 아닐까? 그럼 이런 아이러니의 결론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장이모우 감독은 <인생>때와는 다른 결론을 보여준다. <인생>에서는 어떠한 고난과 역경이 있어도 굳굳이 이를 극복하고 살아가는 '보통사람(匹夫)'들의 모습을 순순하게 보여 주었다면, <황후화>에서는 약간은 싱겁게, 결론을 회피하고 만다. 물론 블록버스터를 지향하는 영화에서의 한계일 수 있겠지만, 좀 더 치열한 고민을 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  영화의 스케일과 영화의 내적 고민이 꼭 반비례관계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2007/08/08 01:20 2007/08/08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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